트렌드를 브랜드의 매력으로 담는 방법,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과자의 언어로 확장된, 건강하고 프리미엄한 스낵 브랜드의 방식.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시장조사와 리서치 과정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다시 보게 된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보고, 그 가치에 공감하며, 결국 브랜드의 언어를 자신의 소비 기준 안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 기획에서 중요한 질문은 늘 비슷하다. 지금의 트렌드를 어떻게 브랜드의 매력으로 번역할 것인가.
그 질문을 생각할 때 꽤 좋은 사례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오리온의 마켓오다. 마켓오는 단순히 ‘건강한 과자’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더 입체적인 브랜드다. 출발점은 레스토랑이었고, 방향은 프리미엄 스낵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마켓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제품이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드의 시작, 콘셉트, 제품 개발, 패키지 디자인, 마케팅이 서로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맛있는 건강’이라는 다소 어려운 목표를 제품과 비주얼, 경험과 시장 접점 안에서 일관되게 구현했다.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입장에서 이 사례는 꽤 분명한 힌트를 준다. 트렌드를 좇는 것과 트렌드를 브랜드의 언어로 소화하는 것은 다르다. 마켓오는 후자에 가까웠다. 건강, 프리미엄, 유기농,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과자라는 일상적인 제품 안으로 가져오면서도, 그럴싸한 주장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실제로 납득할 수 있는 차이를 만들었다.
Chapter 01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브랜드
마켓오의 시작은 과자 브랜드가 아니라 레스토랑이었다. 2003년 청담동에서 ‘웰빙 퓨전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한 공간이 있었고, 이후 오리온의 외식 계열사가 이를 인수하면서 마켓오는 보다 큰 브랜드로 확장될 준비를 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 출발점이다. 처음부터 과자를 많이 팔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먹거리의 태도와 취향을 담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 배경은 마켓오가 단순한 제과 브랜드와 다른 결을 갖게 만든다. 과자는 편의점과 마트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제품이지만, 마켓오는 그 안에 레스토랑이 가진 감각을 이식하려 했다. 좋은 재료, 건강한 이미지, 고급스러운 경험,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인식. 이 모든 것이 제품 하나에만 머물지 않고 브랜드 전체의 방향으로 연결되었다.
브랜드가 확장될 때 가장 위험한 지점은 출발점의 힘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마켓오는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그 안에 있던 ‘맛있는 건강’이라는 핵심 감각을 과자라는 대중적 카테고리로 옮겼다. 이 전환이 꽤 영리했다. 낯선 개념을 낯선 제품에 담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과자 안에 새로운 기준을 넣은 것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브랜드의 출발점은 단순한 히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이후 제품, 디자인, 마케팅의 기준이 된다. 마켓오의 레스토랑 출발점은 과자 브랜드가 가져가기 어려운 신뢰와 취향의 근거가 되었고, 프리미엄 스낵이라는 포지션을 설명하는 출발선이 되었다.
Chapter 02
건강과 프리미엄을
설계하는 법
마켓오의 핵심 가치는 건강과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브랜드 기획에서 가장 쉽게 쓰이면서도 가장 쉽게 힘을 잃는 말이기도 하다. 건강하다고 말하는 제품은 많고, 프리미엄하다고 주장하는 브랜드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단어를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설계다.
마켓오는 타깃을 비교적 분명하게 잡았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대 여성, 품질과 성분을 살피는 직장 여성과 중산층 주부층이 주요 소비자로 설정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인구통계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들은 제품을 가격만으로 고르지 않고, 자신이 먹는 것과 자신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갖는지 함께 본다.
그래서 마켓오는 제품의 콘셉트만 내세우지 않았다. 패션위크, 콘서트, 패션쇼 같은 문화적 접점에서 제품을 경험하게 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단순히 ‘건강한 과자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건강하고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접하게 한 것이다. 이때 제품은 샘플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입구가 된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콘셉트는 말로 끝나면 슬로건이 되고, 경험으로 이어지면 브랜드가 된다. 마켓오는 건강과 프리미엄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타깃의 생활 반경 안으로 밀어 넣으며, 제품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취향 있는 선택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Chapter 03
그럴싸함보다
‘그렇네’를 만드는 제품
좋은 브랜드는 그럴싸한 말보다 ‘그렇네’라는 납득을 만든다. 마켓오 리얼브라우니가 그랬다. 많은 초콜릿 과자와 달리 실제 초콜릿을 사용한 진한 맛과 식감은 소비자가 제품을 먹는 순간 차이를 느끼게 했다. 건강과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단지 포장지 위 문구가 아니라 제품 경험 안에서 확인되는 구조였다.
원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마켓오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맞춰 기존 공정의 한계를 넘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시간을 들였다. 결국 소비자가 알아차리는 차이는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가 먼저 정한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제품 개발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 제품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브랜드의 증거가 된다.
브랜드 기획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콘셉트가 제품보다 앞서 달릴 때다. 소비자는 말보다 경험을 먼저 믿는다. ‘건강한 과자’라는 말보다 먹었을 때 느껴지는 맛, 식감, 재료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다. 마켓오는 이 차이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제품 자체가 브랜드의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실무적으로 볼 지점
브랜드의 차별점은 설명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품의 원료, 공정, 사용감, 맛, 질감처럼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요소에서 차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차이가 작더라도 일관되게 설계되면 브랜드의 신뢰는 훨씬 강해진다.
Chapter 04
패키지가
소비의 이유가 될 때
매대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바라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래서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라 가장 빠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 마켓오의 패키지는 이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건강하고 순수한 재료, 고급스러운 이미지, 자연 친화적인 감각을 소비자가 한눈에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특히 마켓오의 ‘O’는 오리온의 오가 아니라 organic과 zero의 이미지를 키 비주얼화한 요소로 해석된다. 이 지점은 브랜드 네이밍과 비주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콘셉트를 설명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기농, 무첨가, 순수함이라는 메시지를 억지스럽게 설명하지 않고 하나의 시각 언어로 정리한 것이다.
패키지 디자인 역시 시간이 지나며 리뉴얼되었지만 방향은 유지된다. 자연스러운 색감, 깔끔한 레이아웃, 제품 이미지를 중심에 둔 단정한 구성은 마켓오가 말하고자 하는 ‘좋은 재료의 과자’라는 메시지와 잘 맞는다. 화려함보다 신뢰를, 과장보다 정돈된 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흰색 패키지는 때가 잘 탄다거나 매대에서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마켓오는 오히려 그 선입견을 차별화의 지점으로 활용했다. 다른 과자들이 강한 색과 자극적인 비주얼로 경쟁할 때, 마켓오는 깨끗하고 담백한 이미지를 통해 다른 방식의 주목도를 만들었다. 이것이 패키지에서 말하는 ‘우월한 차이’에 가까운 지점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패키지는 제품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먼저 말하는 매체다. 마켓오는 패키지를 통해 건강함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전달했고,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들기 전에 이미 브랜드의 기준을 느끼게 만들었다.
Chapter 05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브랜드 기획
마켓오 사례에서 가장 배울 만한 태도는 제로 베이스에 가깝다. 새로운 그릇에는 새로운 것을 담아야 한다. 이미 정해둔 취향이나 주관을 앞세우면, 결국 브랜드는 시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의 머릿속에 갇히게 된다. 마켓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과자 시장 안에서만 답을 찾지 않고, 레스토랑과 문화, 소비자의 생활 방식까지 함께 관찰했다는 점이다.
이는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다. 디자인은 보이는 것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품이 어떤 시장에 들어가고,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이유로 선택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반대로 근거 없는 취향과 감각만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흔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넘어 시장과 제품, 소비자의 맥락을 함께 읽어야 한다.
마켓오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단기간 팔리는 과자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패키지, 홈페이지, 매장 디스플레이, 광고 촬영, 제품의 크기와 형태까지 일관성을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브랜드의 힘은 한 요소가 튀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여러 요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생긴다.
결국 브랜드 기획은 멀리 보는 일이다.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트렌드를 통해 어떤 생활 방식을 제안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는 제품 하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약속하는 기준과 이미지를 함께 산다. 마켓오는 그 기준을 꽤 일찍부터 고민했고, 그 고민이 브랜드의 차이를 만들었다.
브랜드 매거진의 결론
마켓오는 트렌드를 단순히 따라간 브랜드가 아니라, 트렌드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브랜드에 가깝다. 건강, 프리미엄, 유기농,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제품과 패키지, 경험과 마케팅 안에 연결하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좋은 브랜드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보다 소비자가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마켓오는 그 균형을 제품 기획과 디자인 안에서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준 사례다. 브랜드를 기획하거나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결국 하나다. 새로움은 감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워내고, 관찰하고, 일관되게 설계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매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