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노랑통닭, 왜 필리핀 기업 손에 들어갔을까?

컴포즈·노랑통닭, 왜 필리핀 기업 손에 들어갔을까?

브랜드를 키우는 손, 그리고 넘기는 손

by 재영 · Jun 12. 2025

아침마다 들르는 컴포즈 커피, 치킨을 시켜 먹을 땐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노랑통닭.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간판이다. 그런데 이 두 브랜드의 주인이 모두 필리핀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조금은 낯설고, 어쩐지 묘하게 궁금해진다.

필리핀 외식기업 졸리비는 필리핀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대표 브랜드다. 치킨조이라는 시그니처 메뉴를 앞세운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맥도날드를 이기고 현지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킬 만큼 사랑받는 브랜드다. 하지만 졸리비의 야망은 필리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컴포즈와 노랑통닭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한국 브랜드의 가능성과 글로벌 외식시장의 새로운 흐름이 보인다. 브랜드의 주인이 바뀌는 일은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다시 읽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Chapter 01

익숙한 이름,

낯선 주인

컴포즈와 노랑통닭을 둘러싼 질문

익숙한 이름, 낯선 주인

아침마다 들르는 컴포즈 커피, 치킨을 시켜 먹을 땐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노랑통닭.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간판이다. 그런데 이 두 브랜드의 주인이 모두 필리핀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조금은 낯설고, 어쩐지 묘하게 궁금해진다.

필리핀 외식기업 졸리비는 필리핀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대표 브랜드다. 치킨조이라는 시그니처 메뉴를 앞세운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맥도날드를 이기고 현지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킬 만큼 사랑받는 브랜드다.

특히 최근엔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엔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 커피의 지분을 인수했고, 2025년엔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의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때 로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두 브랜드가 이제는 외국계 기업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익숙한 로컬 브랜드가 외국계 기업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순간, 브랜드는 단순한 간판을 넘어 글로벌 확장 가능한 자산으로 다시 평가받는다.

Chapter 02

졸리비,

브랜드를 수집하는 법

외식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식

졸리비, 브랜드를 수집하는 법

졸리비는 치킨을 잘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외식 브랜드 수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방식도 단순하지 않다. 시장마다 다른 취향과 가격대를 고려해,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를 골라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인수한 브랜드들을 가만히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각 브랜드는 전혀 다른 국가 출신이지만, 가격대와 소비층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고급 커피를 원하는 층에겐 커피빈과 CMCR이 있고, 대중적인 베트남 커피엔 하이랜드가 있다.

그런데 하나가 비어 있었다. 바로 저가형, 가성비 중심의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다. 졸리비는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국의 컴포즈커피에 주목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장한 데다, 가맹점 중심 구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노랑통닭 역시 마찬가지다. 교촌이나 BBQ처럼 고급화된 브랜드가 아닌, 후라이드 중심, 익숙한 맛, 대중적인 가격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브랜드다. 졸리비는 이 브랜드가 가진 보편성에 주목했다.

시장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졸리비의 인수 전략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다. 각 가격대와 소비 장면을 채우는 브랜드를 확보해, 글로벌 외식 포트폴리오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에 가깝다.

Chapter 03

컴포즈·노랑통닭,

졸리비가 본 진짜 가치

매출보다 중요한 시스템과 확산력

컴포즈·노랑통닭, 졸리비가 본 진짜 가치

졸리비가 컴포즈와 노랑통닭을 선택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할 수 있다. 하나는 빠르게 성장 중인 저가 커피 브랜드고, 다른 하나는 치킨 시장의 강자니까.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졸리비가 이 브랜드들에서 본 건 단지 현재의 매출이 아니다.

먼저 컴포즈커피. 부산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인 매장망을 갖췄다. 특히 가맹점 중심 구조는 본사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빠른 확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졸리비 입장에선 이보다 매력적인 구조는 없다.

노랑통닭도 마찬가지다. 후라이드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비교적 단순한 메뉴 구성으로 운영 효율을 높였다. 대중에게 익숙한 맛, 저렴한 가격, 그리고 빠르게 퍼지는 가맹점 구조는 졸리비가 이미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보여준 전략과 맞닿아 있다.

졸리비가 본 건 지금의 매출표가 아니라, 이 브랜드가 다른 나라에 가서도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확신이었다. 브랜드의 외형보다는 시스템, 감각보다는 구조. 졸리비는 이성적으로 브랜드를 고른다.

실무적으로 볼 지점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치는 매장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운영 효율, 메뉴 단순성, 가맹 확장성, 가격 경쟁력, 해외 적용 가능성이 함께 보일 때 인수 매력은 커진다.

Chapter 04

하이랜드와 다른

컴포즈의 자리

같은 커피 브랜드, 다른 소비 경험

하이랜드와 다른 컴포즈의 자리

하이랜드 커피라는 브랜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음에도 졸리비가 컴포즈를 탐낸 이유는 단순하다. 하이랜드가 중가 이상의 프랜차이즈라면, 컴포즈는 철저하게 저가 전략에 최적화된 브랜드다.

같은 커피 브랜드라도 타깃과 구조, 소비자 경험 자체가 다르다. 하이랜드가 세련되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중가형 브랜드라면, 컴포즈는 접근성과 회전율,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상형 브랜드에 가깝다.

졸리비는 이 구멍을 컴포즈로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커피 시장 안에서도 프리미엄, 중가, 저가, 로컬 감성, 테이크아웃 중심 등 여러 포지션이 존재하고, 컴포즈는 그중 가성비와 확장성을 동시에 가진 카드였다.

포지셔닝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같은 업종이라도 브랜드가 차지하는 자리는 다르다. 졸리비에게 컴포즈는 커피 브랜드 하나가 아니라, 기존 포트폴리오가 채우지 못한 저가형 프랜차이즈 포지션이었다.

Chapter 05

프랜차이즈 인수는

무엇을 사는 일인가

시간과 시행착오를 돈으로 사는 전략

프랜차이즈 인수는 무엇을 사는 일인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몇천억 원씩 들여 저런 프랜차이즈를 사서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수는 돈 많은 기업이 그냥 브랜드 하나 더 사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인수는 단순히 매장을 몇 개 늘리는 게 아니라, 시간과 시행착오를 돈으로 사는 일에 가깝다. 이미 전국에 매장이 깔려 있고, 탄탄한 시스템과 인지도, 충성 고객층이 있는 브랜드를 인수하면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어 키우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확장성과 수익 구조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가맹 모델이라면 본사는 점포 운영 리스크 없이 로열티와 공급 수익만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건 브랜드 하나가 아니라 검증된 시스템, 충성 고객, 빠른 확장 가능성을 사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돈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자산이다.

인수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브랜드 인수는 시간을 압축하는 전략이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문화 적응, 상권 확보, 운영 구조 정착에 필요한 긴 시간을 검증된 로컬 브랜드로 단축할 수 있다.

Chapter 06

K-브랜드의 주인이

바뀌는 시대

소유보다 중요한 브랜드의 방향

K-브랜드의 주인이 바뀌는 시대

컴포즈와 노랑통닭의 인수는 단순한 매각이나 투자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로컬에서 시작해 전국구 브랜드가 된 이들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손에 넘어가 다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시작점에 선 것이다.

과거엔 우리가 외국 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보며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전략적 자산이 되는 시대다. 졸리비는 이 브랜드들을 통해 단지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브랜드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건 아쉬움이기도 하다. 익숙한 로고와 매장이 외국 기업의 자산이 되었다는 현실은 어딘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건 그 브랜드가 가진 가능성이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한국의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런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어떤 브랜드는 국내에서의 성장을 끝으로 멈추겠지만, 어떤 브랜드는 세계를 향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브랜드 매거진의 결론

브랜드의 미래는 소유보다 방향에 달려 있다. 중요한 건 누가 가졌느냐만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