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힘을 빌리는 용기,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외부의 힘을 빌리는 용기,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스케일업을 하는 또하나의 방법

by 재영 · Apr 23. 2025

스타트업 IR 심사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설득력 있는 피칭, 치열하게 다듬어진 슬라이드, 그리고 간절함이 묻어나는 창업자의 눈빛. 디자인 분야 지원 사업에서 평가자로 활동하다 보면, 이 기업이 얼마나 진지하게 준비해 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최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을 다루던 창업자가, 공업 분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이끌며 완전히 다른 산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장표를 본 적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그 회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무려 22번이나 진행했다는 점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외부와 협업했을까.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왜 그토록 자주 문을 열어야 했을까. 그 물음에서부터 이 글이 시작되었다.

Chapter 01

22번의 협업이

남긴 질문

왜 스타트업은 외부의 힘을 빌려야 했을까

22번의 협업이 남긴 질문

처음엔 단순히 여러 기업의 자원을 빌린 거겠지 싶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전략은 단순한 도움받기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한 외주 협력도, 일회성 제휴도 아닌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 그 자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자주 한다는 건 그만큼 열려 있다는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능동적으로 찾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PoC를 통해 실제 고객사나 시장과 부딪혀보는 과정에서 얻는 인사이트, 검증된 기술력, 그리고 실질적인 매출 기반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내가 마주한 22번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록은 그 스타트업이 단순히 외부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열린 태도를 유지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오픈 이노베이션은 부족해서 기대는 방식이 아니다. 나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외부의 역량을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Chapter 02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인가

폐쇄형 혁신에서 연결형 혁신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인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낯설고 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개념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과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한때 기업은 혁신이라는 것을 오직 내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좋은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시장에 나갈 제품까지 모두 자사의 인력과 자원으로 해결하는 방식. 이것이 폐쇄형 혁신이다.

이 전략은 오랫동안 효과적이었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기술의 진화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고,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며, 고객의 기대치는 점점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 자원과 협업해 함께 문제를 풀고 함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방식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기술을 도입하기도 하고,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공동 개발을 하거나 서로 다른 산업군이 데이터를 교류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개념 정리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을 개방한다는 말에 그치지 않는다. 경계 없는 사고방식과 연결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닫힌 조직보다 열린 조직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시대다.

Chapter 03

스타트업에게

왜 필요한가

부족한 자원을 성장의 레버리지로 바꾸는 방법

스타트업에게 왜 필요한가

특히 스타트업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자금, 인력, 기술, 유통망 등 어떤 자원이든 부족한 것이 당연한 작은 조직에서 필요한 부분을 외부에서 유연하게 끌어들이는 능력은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이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부 자원만으로는 어려운 스케일업의 레버리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협업을 통해 부족한 R&D 역량을 보완하고, 유통이나 운영, 심지어 글로벌 진출 전략까지 외부 인프라를 일부 공유받을 수 있다.

내부만으로 가능했던 전략이 1이라면, 협업을 통해 3, 5, 10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 오픈 이노베이션이 단순히 외부 도움을 받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를 지키면서도 확장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철학과 감성을 지켜내면서도 기술의 외연을 덧입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브랜드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된다.

스케일업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무엇을 직접 해야 하고, 무엇을 연결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 스케일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Chapter 04

상호 보완과

신뢰

오픈 이노베이션을 작동시키는 진짜 조건

상호 보완과 신뢰

오픈 이노베이션이 단순히 외부의 자원을 끌어오는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이 개념이 가진 진짜 힘을 놓치게 된다. 외부와 연결되는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자본이 부족하니까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이 없으니 공동 개발을 하고, 경험이 없으니 컨설팅을 받는다.

하지만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더 섬세한 흐름이 숨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전략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의 문제다.

진짜 오픈 이노베이션이 작동하려면 단순히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핵심은 결국 상호 보완과 신뢰다. 이 두 가지는 협업의 출발점이자 지속가능성의 조건이다.

내가 부족한 것을 상대가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상대가 가진 방식과 속도, 문화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진짜 오픈 이노베이션은 작동하기 시작한다.

협업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상호 보완이 기술적인 전략이라면, 신뢰는 그 전략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신뢰의 농도에서 결정된다.

Chapter 05

함께 만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

함께 만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결과론적으로 브랜드가 외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나의 일부를 열고 그 안에 타인의 역량을 들이는 일이다. 어쩌면 조금은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을 받아들이는 용기 속에서 브랜드는 더 강해지고 단단해진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그래서 도움을 받는다는 말보다 함께 만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 함께가 만들어내는 가능성은 혼자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곱씹어보면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브랜드가 자신을 더 멀리, 더 깊이 펼쳐내기 위해 선택하는 새로운 연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더 잘 전달하고, 확장하고, 때로는 재해석하기 위한 진화의 과정인 셈이다.

브랜드 확장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오픈 이노베이션의 출발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에 있다.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나답게 더 나아가는 길이다.

Chapter 06

외부의 힘을

빌리는 용기

기업 전략을 넘어 우리 삶과 연결되는 이야기

외부의 힘을 빌리는 용기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은 얼핏 보면 기업 전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은 점이 많다.

우리는 늘 혼자 해내야 한다고 배운다. 스스로 증명하고, 스스로 감당하고, 스스로 완성해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도움을 받는 것에 어색하고, 누군가와 협력하는 것이 마치 약함의 신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길을 잃기도 하고, 방향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가능성을 보여줄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걸음을 떼게 된다.

나라는 존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 다른 사람의 시선과 경험, 에너지를 들이는 일.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방식 중 하나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결국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열려 있는 태도이고, 스스로를 더 멀리 확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브랜드 매거진의 결론

진짜 용기란 무조건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연결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그 선택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