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공간과 직원이 최고의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랑핸드 마포.

나지막한 경의선숲길 언덕 옆으로 자리한 그랑핸드 마포점은 사이니지가 숨겨져 있어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독특하게 연출된 오프라인 매장 분위기 덕분에 호기심이 생기는 공간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랑핸드 마포 외관

Chapter 01

직원과 공간이 만드는

첫인상

사전에 그랑핸드라는 브랜드에 대해 찾아보던 중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첫째, 자사 온·오프라인 매장만 이용해 판매를 진행한다는 점. 둘째, 직원 채용에 까다롭고 선발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직원에 진심인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 브랜드는 최고의 모델은 오프라인 매장의 직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채용 기준이 높다고 한다. 그 사실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외국인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매장 외부 입구의 조형물 매장 지하 1층의 계단 옆 조형물

매장 외부 입구와 지하 1층 계단 옆 조형물

매장 안과 밖으로는 구와 깨진 조각의 오브제들이 눈길을 끈다. 조형물의 의미가 궁금해지기보다는, 연출되는 분위기가 묘하게 좋았다.

담당자분께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았지만 조형물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어떤 공간은 설명을 듣기보다 감각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편이 더 오래 남는다.

브랜드 운영 관점에서 본 포인트

그랑핸드는 제품보다 먼저 사람과 공간으로 신뢰를 만든다. 직원이 곧 브랜드의 얼굴이라는 태도는 향 브랜드에서 특히 강력하다. 향은 설명보다 경험이고, 경험은 결국 사람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Chapter 02

오브제와 데스크가 만드는

브랜드 무드

넓지 않은 공간에는 외부 오브제와 비슷한 질감의 돌로 데스크를 구성하고, 그 위에 제품들을 세팅해두었다.

아늑한 분위기와 은은한 조명 아래 여러 그랑핸드 제품들이 보였고, 손님이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어서 편안히 둘러볼 수 있었다.

그랑핸드 소형 스탠드 사이니지 그랑핸드 매장 제품 진열
그랑핸드 제품 데스크

그랑핸드 제품 데스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무드와 이미지.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브랜드의 이미지. 나는 그랑핸드를 그렇게 생각했다.

동시에 국내 향수 브랜드의 브랜딩 퀄리티가 정말 수준 높아졌다는 것, 그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같이 높아지고 요구하는 바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체감되었다.

공간 브랜딩 관점에서 본 시사점

그랑핸드 마포는 과하게 새롭지도, 흔하게 익숙하지도 않다. 익숙한 감성 안에 낯선 질감과 오브제를 넣어 브랜드만의 결을 만든다. 바로 그 지점이 이 공간의 흡입력이다.

Chapter 03

시향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험

그랑핸드 시향 코너 그랑핸드 제품 패키지

시향 코너

패키지들은 저마다 독특한 재질과 소재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프레이 라벨은 매우 인상 깊었다.

다만 가격과 브랜딩의 무드에 비해 이해하기 힘든 저렴한 용기는 모순처럼 느껴졌다. 직원분께서는 주력으로 나가는 제품 종류라 하셨는데, 용기의 독특함에 힘을 쓰기 전에 저렴하지 않은 용기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제품을 매장에서 잠깐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오래 써야 하는 소비자에게는 그 점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랑핸드 제품 설명대 그랑핸드 인상적인 패키지

그랑핸드는 하나의 향을 향수, 스프레이, 핸드크림, 디퓨저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이 강점은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둘러보던 외국인 소비자도 큰 어려움 없이 본인의 향을 찾아 원하는 제품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험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단계가 매끄럽고 편안한 것. 그것이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어야 하는 요소라면, 그랑핸드 마포점은 본받을 점이 많은 공간이었다.

구매 경험 관점에서 본 포인트

좋은 향 브랜드는 향을 고르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향을 어떤 제품군으로 가져갈지 선택하게 만들고, 그 선택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그랑핸드는 이 부분이 꽤 매끄러웠다.

Chapter 04

독특한 주문 방식이 만든

기대감

그랑핸드의 독특한 주문법 캡슐에 넣어 지하로 보내는 주문서

독특한 그랑핸드의 주문법

주문 방식도 독특했다.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데스크의 뚫려 있는 구멍에 캡슐을 넣어 내려보내고, 아래에서 주문을 이어간다.

마포점만 이렇게 한다고 하면서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직원분이 이야기해주셨다. 하지만 매장 지하 1층은 상가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에서, 잠깐의 공간 경험과 분위기가 단절될 수 있다.

어쩌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독특한 주문 방식은 궁금증을 주고, 이는 곧 내려가면서 기대감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랑핸드 사쉐 제품군

그랑핸드 사쉐 제품군

이날 나는 사쉐 하나와 동행한 지인에게 퍼퓸 스프레이 하나를 선물해주었다. 까다로운 성격의 지인도 서비스와 제품에 무척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그랑핸드 마포 내부

그랑핸드 마포

경험 설계 관점에서 본 시사점

주문 방식 하나도 브랜드 경험이 될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단순한 전달 장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는 뭔가 다르다”는 감각을 남긴다. 작은 불편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장치, 꽤 영리하다.

Chapter 05

향을 선물하는 브랜드의

조건

향을 선물하는 브랜드는 매장에 풍기는 향기와 분위기가 브랜드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브랜딩은 가산점으로 작용한다.

오감 중 하나인 향은 이제 단순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일상을 기억하거나 기억을 자극하는 요소로 필수화되고 있다.

브랜드가 선보이는 제품들의 향, 제품 디자인, 브랜딩, 공간 철학, 서비스 등 많은 요소 중에서 제품을 구매할 당시의 공간과 기억은 소비자의 만족도와 일상에서의 의존도, 향후 재방문 또는 재구입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한다.

이 강점들을 앞세우고 그랑핸드가 평범한 외부 마케팅을 버리고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랑핸드가 원하는 타이틀인 ‘내가 좋아하는 국내 브랜드’에 향후 더 가까워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랑핸드 마포 공간 조명이 없어서 아쉬웠던 제품 데스크

조명이 없어서 아쉬웠던 제품 데스크

이솝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지하 1층의 매장 분위기는 조명이 전반적으로 은은하고 좋았다. 다만 사뭇 아쉬웠던 조명 배치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그랑핸드 차 제품군

브랜드의 많은 제품군 중에서 눈길이 계속 갔던 것은 마시는 차였다. 요즘 차 내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관심 있게 보았지만, 티백 10개에 2만 원 금액대는 잦은 소비 지출에 거리낌 없는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왔다.

또 의문이 든 것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데스크와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구매자가 계산을 기다리면서 마셔보도록 권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거리가 멀어서 나 또한 제품을 다 구매하고 나니 양손이 가득 차 마셔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이전에 방문했던 이솝은 계산하면서 고객에게 차 한잔을 권했던 기억이 있다.

이 부분은 구매 행동의 루트를 신경 쓰지 않았거나, 소비 전환율이 높지 않은 제품임을 브랜드가 인식하고 있어서 지금과 같이 배치했을 확률이 크다고 보았다.

이런 부분을 다 따지려 들면 이는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 저격수가 아닐까. 잔말이 많았지만, 브랜딩이 정말 잘된 그랑핸드였다.

친한 지인에게는 꼭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 그랑핸드는 앞으로도 계속 클라이언트들에게 좋은 브랜딩 사례라고 이야기하고 다닐 것 같다.

그랑핸드 마포 이미지 01 그랑핸드 마포 이미지 02
그랑핸드 마포 이미지 03

나에게 맞는 브랜드를 찾는 시대다. 내가 사용하는 브랜드는 자기 자신을 대변하고, 퍼스널 브랜딩을 꿈꾸는 사람들 또는 본인을 가꾸어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정신없고 사람 많기로 소문난 경의선숲길에서 만난 이 조용한 브랜드 팝업은 정말 조용하게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보려 한다.

브랜드 매거진의 결론

그랑핸드 마포는 공간, 직원, 향, 주문 방식, 제품군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브랜드였다. 특히 직원이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작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브랜드가 가진 방향성은 분명하다. 향을 파는 것이 아니라, 향을 고르는 시간과 그 향을 집으로 가져가는 기억까지 설계한다. 그래서 그랑핸드는 편안히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브랜드로 남는다.